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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_ 영상 루프 _ 2018
창밖에는 비가내리고 있었다.
불편하다.
비도 불편하고 차가운 두 손도 불편하고.
삶에 필수적인 물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본능적으로 싫음을 느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수천, 수억개의 물방울들은
때로 위협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정말 이상하다.
이상하다.
창밖에는 비가내리고 있었다.
문을 닫아도 비내리는 소리는 그칠줄을 몰랐다.
베개로 귀를 막아보아도 그칠줄을 몰랐다.
피하려 할수록 소리는 되려 커지는 것 같았고,
멈출 수 없는 시끄러운 소리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눈만 감고있으면 마치 힘좋은 말이
내 앞에서 쉴새 없이 달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기수도, 안장도, 눈가리개도 없는말.
스스로 멈추는법을 배웠으면 좋았을걸.
어디를 그렇게 숨가삐 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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